퀘벡, 공공장소 기도 금지 추진…헌법적 충돌과 사회적 파장 확대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사진: Unsplash의Fikri Rasyid

퀘벡 주정부가 올가을 공공장소에서의 기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종교 자유를 보장한 캐나다 권리와 자유 헌장과의 충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민 자유 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특정 종교 공동체를 겨냥한 차별적 성격을 띨 수 있으며, 위헌조항(Section 33)의 남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프랑수아 로베르주(Jean-François Roberge) 퀘벡주 세속주의 담당 장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노상 기도의 확산은 퀘벡 사회의 심각하고 민감한 현상”이라며 “정부는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을 회기 중 발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수아 르고(François Legault) 퀘벡주 총리 역시 지난해부터 “거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 제정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헌장의 종교·표현의 자유(제2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조엘 바칸(Joel Bakan) 교수는 “정부가 위헌조항을 발동해 법을 방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이 이를 합리적 제한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지만, 법적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위헌조항은 주 정부가 헌장의 일부 기본권 조항을 5년간 무력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퀘벡주는 이미 2019년 공무원의 종교 상징 착용을 금지한 Bill 21에 위헌조항을 적용했고, 지난해 이를 갱신했다. 또 2023년에는 공립학교 내 기도실과 종교 활동을 전면 금지해 무슬림과 인권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캐나다 무슬림 포럼은 성명을 통해 “전면 금지는 특정 공동체를 낙인찍고 사회적 배제를 부추기며, 퀘벡 사회의 결속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시민자유협회(CCLA)의 하리니 시발링감(Harini Sivalingam) 국장도 “퀘벡은 단계적으로 종교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쌓아올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 역시 무슬림·시크교·유대인 등 소수 종교 집단에 불균형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연방대법원이 Bill 21과 관련한 소송을 계기로 1988년 ‘포드 대 퀘벡(Ford v. Quebec)’ 판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대법원은 위헌조항 사용을 사실상 ‘백지 수표’로 허용했지만, 최근 서스캐처원 법원이 성별 정체성 관련 법률 소송에서 “법원이 위헌 여부를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새로운 해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방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션 프레이저 연방 법무장관실 대변인은 “헌장이 보장하는 권리는 전국 모든 캐나다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법안이 공식 제출될 때까지는 구체적 논평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법안이 세속주의를 앞세운 르고 정부의 정체성 강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하지만 종교 단체와 인권 옹호 세력의 반발, 연방 차원의 법적 도전, 그리고 헌법적 논쟁이 겹치면서 퀘벡 사회는 물론 캐나다 전체가 다시금 정체성과 권리 보장의 균형을 두고 첨예한 갈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