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퀘벡주 정부가 공공조달 과정에서 퀘벡과 캐나다 기업을 우대하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크리스틴 프레셰트(Christine Fréchette) 퀘벡주 총리는 8일 특별 내각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조치와 이에 대응한 캐나다의 보복관세로 영향을 받는 퀘벡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퀘벡 정부와 공공기관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퀘벡 및 캐나다 기업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일부 공공계약 입찰은 퀘벡 또는 캐나다에 실질적인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또 공개경쟁 입찰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퀘벡과 캐나다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평가해 가격 산정 과정에서 최대 15%의 우대 혜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비슷한 조건으로 공공계약을 놓고 경쟁할 경우 퀘벡 또는 캐나다에서 생산하거나 현지 인력과 공급망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입찰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퀘벡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해 지역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보호하는 한편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갈등이 더욱 심화한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캐나다 정부도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보복관세를 시행하면서 양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퀘벡은 알루미늄과 항공우주, 철강, 임업, 제조업 등 미국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산업 비중이 높아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퀘벡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주문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축소와 투자 감소,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퀘벡 정부는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캐나다 국내시장에서 새로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 정책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레셰트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속에서 퀘벡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며 퀘벡 주민과 공공기관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정책은 단순히 ‘퀘벡산 제품을 구매하자’는 소비 캠페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정부의 실제 구매계약 과정에 지역경제 기여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퀘벡 정부와 공공기관은 매년 건설과 정보기술, 의료장비, 운송장비, 식품,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새로운 공공조달 정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퀘벡에 생산시설이나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모든 공공계약에서 무조건 퀘벡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퀘벡 정부는 캐나다가 체결한 국내외 무역협정과 공공조달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의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적용 가능한 우대정책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법적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퀘벡과 캐나다 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10월 5일 퀘벡주 총선을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총선의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각 정당은 퀘벡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생활비 상승과 고용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관세로 피해를 입는 제조업과 수출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선거운동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퀘벡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보복보다는 퀘벡 내부의 소비와 투자를 지역기업으로 돌려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퀘벡 정부가 추진하는 ‘Buy Quebec·Buy Canadian’ 정책이 실제 지역기업의 매출과 고용 유지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