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캐나다 동남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헤로인 등 제한된 양의 마약 소지를 합법화하면서 마약 중독자들이 거리낌 없이 밴쿠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라피티(graffiti)로 뒤덮인 이곳 이스트 해스팅스 거리의 뒷골목에는 후드티를 둘러쓴 남성들이 헤로인이 든 주사기 바늘을 자신의 팔뚝에 꽂아 넣거나, 담요를 둘러쓴 여성들이 임시로 마련된 텐트 안에서 영하 1도의 날씨에 몸을 떨면서 토치로 코카인 덩어리를 녹여 연기를 흡입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현지 신문들은 이 거리를 ‘지옥’이라고 표현하지만, 순찰을 하는 경찰은 무심한 듯 지나치거나 마약 과다 복용 등 유사시 도움을 청할 시설이나 기관 정보가 적힌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캐나다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치색을 띠는 곳 중의 하나인 BC주는 지난해 헤로인 소지와 복용을 허용하는 급진적인 정책을 채택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성인의 경우 헤로인이나 펜타닐, 코카인, 메탐페타민 또는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류를 2.5g까지 소지할 수 있게 됐다.
인구 500만 명의 BC주는 불법 마약 남용으로 사망자가 급증하자 2016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매일 평균 6명 꼴로 모두 1만 1천여 명이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캐럴라인 베넷 캐나다 보건부 장관은 이날 “마약 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셰일라 맬컬름슨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마약 담당 장관은 “약물 복용은 공중 보건의 문제로 범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곳 경찰인 크리스 클라크 경사는 경찰의 새로운 역할은 “소량의 마약을 소지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대신 이들이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BC주의 새 정책이 마약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자칫 이곳을 무법천지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BC주의 소량의 마약 소지 합법화 조치는 초·중·고교 등 학교 구역과 아동 보호 시설, 공항과 기내, 연안 선박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2026년 1월 31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한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다른 주요 도시들도 BC주의 새 마약정책과 비슷한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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