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원, ‘중국 선거 개입 청문회’ 촉구 결의안 통과

오타와 의사당을 경비하는 경찰 [AP=연합뉴스]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하원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총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자유당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CBC 방송이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제2야당인 신민주당(NDP)이 발의한 청문회 개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72 대 반대 149표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이 정부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 보고관 지휘 아래 조사를 진행토록 한 정부 주도 방식에 맞서 야당의 공세가 한층 강화하는 전환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결의안은 하원 운영위원회가 외국의 선거 개입을 규명하는 청문회를 개최토록 하면서 정부가 절차와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정가는 2021년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의 승리와 친중 성향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했다는 일간지의 폭로 보도가 나온 이후 거센 논란에 싸여 있다.

당초 이를 외면하던 자유당 정부는 총리가 지명하는 특별 보고관의 주도 아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을 밝혔으나, 야당은 독립적인 공개 청문회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최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특별 보고관으로 데이비드 존스턴 전 총독을 지명한 데 대해서도 야권은 그가 친(親)정부 성향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날 결의안은 토론토 지역의 중국계 한 동(Han Dong) 하원의원이 중국 정부와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자유당을 탈당한 다음날 곧바로 추진, 처리된 것이다. 더구나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당일로 캐나다 최대 정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현지 언론이 지적했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전날 동 의원이 2021년 2월 중국에 억류돼 있던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을 제지할 것을 캐나다 주재 고위 중국 외교관에게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마이클 코브릭과 마이클 스패버 등 캐나다인 2명은 2018년 말 중국 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당국이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로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돼 있었다.

이 사건은 양국 관계의 최대 악재로 수년간 긴장을 불렀으나 미국을 포함한 3개 당사국의 교섭 끝에 2021년 9월 상호 석방을 통해 해결됐다.

글로브지에 따르면 당시 동 의원은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이 제1야당인 보수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이라는 회의론을 제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도가 나오자 동 의원은 이를 적극 부인하면서 자유당을 즉각 탈당했다.

앞서 글로브지는 동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탈당과 관련, “독립적 조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당직을 유지하는 것이 특권 내지 직무상 충돌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취해진 비상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를 요구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고 CBC가 전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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