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캐나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26명으로, 통계청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기록은 캐나다 전역에 걸쳐 나타났으며, 13개 주와 준주 가운데 10곳에서 출산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 출산율은 여성의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2022년에도 캐나다의 출산율은 1.33명으로 최저 기록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다시 하락했다. 통계청은 “2023년 가임 여성의 수가 증가했음에도 출생아 수는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이번 하락이 주로 인구 구성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캐나다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총 35만1,477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캐나다는 이번 발표로 출산율이 여성 1인당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이와 같은 국가로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있다.
캐나다 출산율 하락의 배경에는 여러 경제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출산율 롤러코스터’를 겪고 있으며, 많은 가정이 자녀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중 보건 위기와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팬데믹이 낳은 불확실성이 출산율 하락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안정성, 생활비 상승, 라이프스타일 변화, 직업적 결정 등이 출산율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웨스턴대학 킹스칼리지의 인구학자인 돈 커(Don Kerr) 교수는 “많은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인플레이션이 출산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부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생활비를 감안했을 때, 자녀를 갖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캐나다 가임 여성 6명 중 1명꼴로 불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생식 및 안드로로지 학회(CFAS)는 불임 치료에 대한 접근성 부족과 긴 대기 시간, 제한적인 의료 선택지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캐나다 통계청은 2023년 조산율이 8.3%로,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산은 임신 37주 전에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를 의미하며, 조산아는 질병, 입원, 사망의 위험이 높다.
통계청은 “조산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고령 출산 비율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며,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3년 10.7%에서 2023년 26.5%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