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중국, 외교관 1명씩 상호 추방결정…갈등 고조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서울 베이징=연합뉴스) 강건택 조준형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캐나다 정부가 자국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자 중국도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 1명을 맞추방하기로 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격화했다.

8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정부는 주토론토 중국영사관 소속 자오웨이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내정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캐나다에 있는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에 관여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일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이 2021년 7월 작성된 캐나다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온 캐나다 보수당 마이클 청 연방 하원의원의 홍콩 친인척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이들을 탄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자오웨이는 정보 수집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서에 적시된 인물이다.

홍콩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청 의원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인종학살’로 규정하자는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중국의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올랐고, 결국 중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이러한 보고서가 거의 2년 전 작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청 의원이 아무런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데다 해당 외교관은 계속 캐나다에서 근무하고 있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트뤼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에 관해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보당국이 총리에게 보고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야당 소속인 청 의원은 지난 4일 졸리 장관에게 문제의 중국 외교관이 아직도 추방당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에 맞서 상하이 주재 캐나다 총영사관에 소속된 제니퍼 라론드 영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고, 오는 13일 이전에 중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관영 중앙TV(CCTV)가 9일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캐나다 측의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에 대해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하고, 강렬하게 항의하는 한편, 이 같은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추가적인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앞서 주캐나다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캐나다의 조치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 양국 간 협정을 엄중히 위반하고 중국과 캐나다 관계를 고의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단호히 반대하며 캐나다 측에 엄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내정간섭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비방이며 정치적 조작”이라며 “캐나다 측에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 멈춰서기'(懸崖勒馬·현애늑마)를 권한다”고 촉구했다.

‘현애늑마’는 위험에 빠지고서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쓰는 용어다.

이어 “점점 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며 “캐나다가 무모하게 행동한다면 중국은 강력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더욱 높였다.

양국은 캐나다가 2018년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이 캐나다인 2명을 잇따라 구금해 첨예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트뤼도 총리에게 ‘대중 강경’ 노선을 밟으라는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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