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EV)에 부과해온 100% 관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중국은 캐나다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강경한 대중 관세 정책을 유지해온 캐나다가 중국과의 ‘맞교환’ 합의에 나서면서 북미 통상 환경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와 이틀간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조정하는 대신, 중국이 캐나다의 주요 수출품인 카놀라 종자 관세를 큰 폭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합의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의 캐나다 수입 물량에 상한을 설정하고, 관세율을 6.1%로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연간 수입 상한은 4만9천 대로 정했으며, 5년 안에 약 7만 대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관세 인하와 물량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 종자에 부과해온 관세를 총 84%에서 약 15%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카니 총리는 전했다. 카놀라는 캐나다 농업 수출의 핵심 품목으로, 이번 조치는 중국 시장 접근성이 제한됐던 관련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카니 총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의 관계는 진전됐고, 더 예측 가능해졌으며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합의는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중국 투자를 유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탄소중립(net zero) 목표 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의 갈등 국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 경제와 주권을 겨냥한 발언과 고율 관세 압박을 이어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대중 합의에 대해 “괜찮다. 중국과 거래를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대표는 캐나다가 낮은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후회할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카니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에서 수년간 냉각됐던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역내 경제 회의 계기 양측이 첫 회동한 이후 협력 재개 논의가 이어져 왔다고 언급하며 관계 회복 의사를 밝혔다. 카니 총리는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압박을 받는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전임 트뤼도(Justin Trudeau) 정부 시절 미국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적용해 왔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캐나다산 카놀라유와 카놀라박(깻묵)에 100% 관세를 부과했고, 돼지고기와 해산물에는 25% 관세를 적용했다. 지난해 8월에는 카놀라 종자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추가해 사실상 중국 시장이 막혔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니 총리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에 대해 “초기 상한 4만9천 대는 캐나다의 연간 차량 판매량 약 180만 대의 3% 수준”이라며 “업계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3년 내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 주총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중국이 캐나다 시장에 발판을 마련했으며, 그 이익은 결국 캐나다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극대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캐나다 완성차 업체들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 접근하는 데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넬슨 와이즈먼(Nelson Wiseman)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이번 합의는 캐나다가 통상 위험을 분산하는 움직임”이라며 “중국은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작은 균열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 일정을 마친 뒤 11일 출국해 카타르를 방문하고, 다음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총리실은 카타르에서 기업인과 투자자들을 만나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