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경찰이 제1야당인 보수당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대표 부인을 겨냥한 ‘성폭행 위협’ 언사를 한 극우 평론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공영 CBC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최근 들어 캐나다 정치인을 겨냥한 위협이 잇달아 정가 안팎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재발한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캐나다 연방 경찰 대변인은 극우 활동가 제레미 매켄지(36)에 대한 조사 착수를 확인하면서 “범죄 혐의가 적용될 때 한해 사건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지난 24일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캐나다 극우 단체 ‘다이아골론’을 이끄는 활동가로, 지난 주말 한 소셜미디어 프로그램에서 초청 인사와 대담 중 “그녀를 강간하자”는 등 문제성 언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켄지는 푸알리에브르 대표의 부인 어네이더를 거론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인종차별·모욕적 발언을 했다고 CBC는 전했다.
매켄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직접 해를 가하려는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어네이더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 가정의 딸로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자랐다. 2017년 푸알리에브르 당시 하원 의원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가장 가까운 보좌관의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으며 이달 초 보수당 대표로 승리한 경선 과정에서도 앞장서 활동했다.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매켄지를 비난하며 “이런 쓰레기는 캐나다에서 설 자리가 없다. 누구도 이런 피해를 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여성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가 앨버타주 소도시 시청 청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현지 남성으로부터 욕설을 듣는 봉변을 당하는 등 유력 정치인이 공개 석상에서 위협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조기 총선 당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유세 버스에 오르던 중 청중에서 날아온 돌멩이 세례를 받았고, 야당인 신민주당의 저그밋 싱 대표는 온타리오주 선거에서 반대 측 군중이 쏟아낸 거친 언사로 위협을 당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푸알리에브르 대표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누구라도 공개석상에서 점점 늘어가는 폭력, 증오의 위협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모두 이에 맞서 비판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함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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