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주 아프간 통역사 100여명 단식농성…”가족 구해달라”

캐나다 의사당 앞에서 농성 중인 아프가니스탄 난민 [CBC 홈페이지]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군을 도운 통역사 출신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현지 가족의 캐나다 이송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31일(현지시간) CBC 방송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캐나다군에 협력한 경력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캐나다에 온 전직 통역사 100여 명은 오타와 의사당 앞에 모여 현지에 남은 가족을 구해 달라며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장악된 지 7개월을 맞아 캐나다 정부에 가족 입국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 농성 참가자는 “탈레반이 서방 협력자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아직도 색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내 처와 동생 부부 일가족이 지금 현지에서 고통 속에 숨어 지낸다”고 호소했다.

이어 자신의 부인이 탈레반의 수색망을 피해 2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거처와 전화번호를 바꾸며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역사로 일했던 그는 2009년 칸다하르에서 탈레반의 매복 습격에 얼굴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 지금까지 통증에 시달리는 처지다.

다른 참가자는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거나 파키스탄으로 피신해 캐나다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들의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탈레반의 손에 희생될 것이고 말했다.

CBC에 따르면 현지에서 입국 신청 및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심사 절차가 더디게 진행돼 신청자들이 애로를 겪는다.

캐나다 정부는 서류 심사와 신원 확인을 위한 보안 점검 절차를 철저하게 진행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난민의 경우 지문·홍채 확인 같은 보안 점검 절차를 생략·면제하고 있어 대조적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캐나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규모를 4만 명으로 정했으며 전날 토론토 국제공항에 300명의 난민이 새로 도착해 1만번째 입국을 기록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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