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약품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을 공식 제정했다. 지난 10일 상원을 통과하고 왕실 재가를 받은 법안으로, 캐나다 국민들은 당뇨병 치료제와 피임약 등 필수 의약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자유당과 신민주당(NDP) 간 정치적 합의의 결과로, 향후 전국적인 의약품 보험 제도 도입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마크 홀랜드(Mark Holland) 캐나다 보건부 장관은 상원 통과 다음날인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은 캐나다 의약품 보험 역사에서 중요한 날”이라며 “이 법안을 하원과 상원을 통과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치료제·피임약 우선 혜택
이번 법안(C-64)에 따라 캐나다 국민들은 당뇨병 치료제와 피임약에 대한 무료 접근이 가능해진다. 특히 약 370만 명의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을 조절해 합병증 위험을 줄여주는 인슐린, 메트포르민 등의 필수 약품을 무상으로 제공받게 된다. 이외에도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설포닐우레아, SGLT-2 억제제와 같은 약물이 추가로 지원된다.
또한, 피임약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캐나다 보건부는 약 900만 명의 여성과 성 소수자들이 경구 피임약, 자궁 내 장치(IUD), 피임 주사, 임플란트, 피임 링, 사후 피임약 등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못한 임신을 줄이고, 전반적인 성 건강과 재생산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준주 협정 필수… 일부 지역 반대 입장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연방 정부는 각 주 및 준주와 의약품 보험 관련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이제 각 주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캐나다 국민들을 지원하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협정은 의약품 비용 지원 및 배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게 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이미 연방 정부와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 지역에서는 경구 피임약이 주 정부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 대신 여성의 호르몬 대체 요법(HRT)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알버타 주와 퀘벡 주는 연방 정부의 의약품 보험 제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주는 연방 자금을 자체 의료 시스템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홀랜드 장관은 “모든 주가 같은 입장에 있기를 바란다”며 추가 협상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내년 봄까지는 모든 주가 협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재정 부담 및 향후 계획
2024년부터 시작되는 전국 의약품 보험 제도의 첫 단계는 향후 5년간 약 15억 캐나다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의회 예산국(PBO)에 따르면, 의약품 보험 도입 첫 해인 2024-2025년에는 332억 캐나다 달러, 2027-2028년까지는 389억 캐나다 달러의 총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기간 동안 약 11억 2천만 캐나다 달러에서 13억 4천만 캐나다 달러의 추가 재정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정부는 이번 법안이 전국적인 의약품 보험 제도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 달 안에 전문가 패널이 구성되어, 향후 제도 발전 방향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