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앨버타주, ‘연방법령 거부’ 자체 법률 공포

'앨버타 주권법' 소개 앨버타주 홈페이지 화면 [앨버타주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캐나다 서부의 앨버타주(州)가 캐나다 연방 법령을 거부할 수 있는 주 자체 법률을 공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앨버타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법은 이달 15일자로 찰스 3세 국왕의 대리인인 살마 라크하니 앨버타 부지사로부터 국왕 재가를 받아 공포됐다.

공식 명칭이 ‘통일된 캐나다 내에서 앨버타 주권 법률'(Alberta Sovereignty within a United Canada Act)이며 줄여서 ‘앨버타 주권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지난달 29일 주의회에 법안이 제출됐으며 이달 8일 통과됐다.

이 법은 특정 캐나다 연방 법규나 정책, 프로그램이 “위헌적이거나 앨버타인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앨버타주가 판단할 경우 주의회 의결에 따라 이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번 입법이 캐나다 서부와 동부 사이의 오래된 분열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 조직의 근본을 흔드는 위헌적 위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석유가 많이 나는 부유한 지역인 앨버타주의 주민 중에는 석유 생산에서 나오는 로열티를 캐나다 연방정부가 가져가서 다른 지역에 쓴다는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또 주민 중 상당수가 오타와에 있는 연방정부가 부과한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분개했으며, 총기 소지 제한 정책에도 반대했다. 앨버타가 캐나다로부터 아예 독립해야 한다는 극우 분리주의 세력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10월 취임한 대니엘 스미스 현 주총리는 이 주의 지역기반 보수정당이며 지역 집권당인 통일보수당(UCP)의 당대표다.

그는 ‘앨버타 주권법’ 입법을 간판 공약으로 내세워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당대표 당선 후 주총리가 되자 공약대로 정부입법으로 법안을 제출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 있는 연방정부)는 전국 정부가 아니다”라며 캐나다의 주들이 각각 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립된 존재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헌법 전문가들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법원에 갈 경우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NYT는 설명했다.

또 ‘앨버타 주권법’의 입법을 계기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앨버타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고, 원주민들에게 부여된 권리나 이들과 캐나다 당국이 맺은 협약의 지위가 흔들릴 우려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스미스 주총리 주도로 추진된 이번 입법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연방 총리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캘거리 소재 마운트로열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듀앤 브랫은 “(이번 입법은) 연방정부와 쥐스탱 트뤼도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그(스미스 주총리)가 트뤼도와 싸우고 싶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트뤼도는 미끼를 무는 데 관심이 없다”며, 연방정부가 직권을 발동해 앨버타주가 공포한 주 법률을 무효화하거나 캐나다 연방대법원에 위헌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앨버타주는 트뤼도 총리의 아버지인 피에르 엘리오트 트뤼도 전 연방총리 시절에도 연방정부와 에너지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트뤼도 전 총리는 1968년부터 1984년까지의 기간 중 대부분에 총리를 지내면서, 연료 가격을 낮추고 석유기업들의 이윤과 앨버타가 받는 로열티를 제한하는 에너지 정책을 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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