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방문 마친 교황 “사임 가능성 열려 있으나 당장은 아냐”

30일(현지시간) 캐나다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PA 연합뉴스]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간) 건강 문제에 따른 사임 가능성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6박 7일간의 캐나다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시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전과 같은 리듬으로 방문 일정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고령에 (무릎 문제 등)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교회에 봉사하려면 조금 자제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솔직하게 말해서 이(사임)는 재앙이 아니다. 교황도 교체 가능하다”며 “그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어찌 됐든 좀 자제하고 이러한 노력을 좀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사임과 관련한 기자들의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사임의)문은 열려있다.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면서 “오늘까지는 이 문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레에도 그것(사임)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다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다만, 지금 당장은 사임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해외 사목 방문이 현지 교계·교인들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식인 만큼 이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로 85세인 교황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임’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 멕시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당장 사임할 계획은 없으나 그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사임한 뒤에는 모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지 않고 ‘로마의 명예 주교’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교황의 이번 캐나다 방문은 2019년 11월 태국·일본 등 아시아 순방 이후 최장 거리 여정이었다.

교황은 지속하는 무릎 통증으로 방문 기간 내내 휠체어에 의지해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교황 주치의는 영구적 치료 방법으로 수술을 권유하고 있으나 교황은 전신 마취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여름 결장 협착증 수술 때 시행한 마취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교황은 무릎 통증 여파로 지난달 레바논 방문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이달 중순 잡혀있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남수단 순방도 뒤로 미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교황은 캐나다 방문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원주민 기숙학교 사태를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규정하며 재차 ‘참회’의 심경을 전했다.

캐나다에서는 작년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고자 설립했다.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는데 길게는 1996년까지 존속했다.

정부 측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139개교에 총 15만여 명의 원주민 아동이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학대와 성폭행, 영양 결핍 등에 시달렸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문화적 집단학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캐나다행을 ‘참회의 순례’라고 표현한 교황은 방문 기간 분노하는 원주민 사회에 여러 차례 진솔한 사과를 표시하고 용서와 화해를 구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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