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캐나다와 덴마크가 북극의 작은 무인도를 두고 반세기 동안 벌인 영유권 분쟁인 ‘위스키 전쟁’을 끝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외무부는 캐나다와 1.2㎢ 크기의 한스섬을 암반 노출부를 따라 거의 똑같은 크기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엘스미어섬으로부터 동일 거리에 놓여 있는 이 섬은 1971년부터 양국의 영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덴마크는 이 섬이 그린란드에 포함돼 있으니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캐나다는 19세기 때 미국과 영국의 북극탐험대가 이 섬을 발견했기에 자국 영토라고 맞섰다.
일단 이 섬의 이름은 1853년 그린란드를 처음 탐험한 한스 헨드릭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그린란드어로는 ‘신장처럼 생겼다’는 뜻으로 ‘타르투팔루크’라고 불린다.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쉽게 타결되지 못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양국 정부 관계자와 과학자, 군인들이 번갈아 섬을 방문해 앞서 상대국이 꽂아둔 국기를 치우고 자국 국기를 꽂는 일을 반복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또 캐나다 방문객들은 자국산 위스키병을, 덴마크 측은 자국 전통주인 슈납스 병을 섬에 놓고 가곤 해 이 분쟁에는 위스키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다 2018년 양국이 합동으로 실무그룹을 만들어 분쟁 해소에 나섰고 마침내 4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 합의로 두 나라는 북쪽 링컨해에서 남쪽 래브라도해까지 3천882㎞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해상 국경을 갖게 됐다고 덴마크 외무부는 밝혔다.
양국은 각자 국회 비준을 거쳐 합의 내용을 확정하게 된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세계 안보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덴마크 왕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주민들과 함께 손잡고 국제법에 따라 분쟁을 해소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의 이번 합의에 대해 북극 영유권을 분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단합에 나선 신호라고 평가했다.
역시 북극 영유권을 나눠 가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과 대립하며 안보 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군사학 교수인 소렌 노비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는 북극에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에 모범을 보인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북극에) 개입하는 한 그것이 현실적인 조치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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