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나뭇가지에 앉으면
나뭇가지가 되고
풀잎 사이에 누우면
풀잎이 된다.
가슴을 지르는 시선
날카로운 발톱에 쫓겨
꼬리를 떼어내고 피 흘리느니
옷을 바꾸어 입고 서있다
하루하루 부닥치며 기어갈 때
눈보다 더듬이로 길을 찾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은 피부로 느낄 때 절실하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다리 사이에 감춘 꼬리
그림자처럼 매달려 흔들거리지만
그들은 피부의 색깔을 먼저 본다.
축복과 기회의 땅이건
저주와 차별의 땅이건
다만 색깔의 차이지만
풀과 나무가 여전히 자라고
그 사이에 두 팔 벌리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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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을 그린 이시는 읽으면 서늘하다. 풀과 나무가 여전히 자라는데도 웬지 춥다. 단어 사이로는 바람이 지나다는데 스스로를 안착시키며 낯선 땅에 뿌리 내리는 과정을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이 시의 미덕이다. 박성민 시인은 이 시로 ‘해외동포 문학상’을 받았고 현재 토론토 한인문인협회 회원이다. 많은 시와 소설로 상을 받아온 시인이 보내온 시집 ‘블루어 연가’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