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자유당, 연방 보궐선거 3곳 모두 승리…퀘벡주 보수당 지역구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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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연방 자유당이 퀘벡과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실시된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 3곳을 모두 석권했다.

특히 자유당은 2018년부터 보수당이 차지했던 퀘벡 시쿠티미-르피오르(Chicoutimi—Le Fjord) 선거구까지 탈환하면서 미국과의 무역갈등 속에서 카니 정부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Elections Canada)의 확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실시된 시쿠티미-르피오르 보궐선거에서 자유당의 다니엘 고베이(Daniel Gobeil) 후보가 1만6천333표, 51.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퀘벡블록(BQ)의 카롤린 뒤베(Caroline Dubé) 후보는 32.8%로 2위를 차지했으며 보수당의 레지스 고드로(Régis Gaudreault) 후보는 12.6%에 그치며 3위로 밀려났다.

자유당이 이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쿠티미-르피오르는 지난 2018년 보궐선거 이후 보수당의 리샤르 마르텔(Richard Martel) 전 의원이 네 차례 연속 승리했던 지역이다. 마르텔 전 의원은 올해 상원의원으로 임명되면서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났고 이에 따라 보궐선거가 실시됐다.

지난해 연방총선에서도 보수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자유당이 과반인 51.6%를 얻으며 판세를 뒤집었다.

자유당은 이 지역의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낙농업자이자 퀘벡 우유생산자협회장을 지낸 고베이를 후보로 내세웠다.

시쿠티미-르피오르가 위치한 사그네 지역은 알루미늄과 임업, 낙농업이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최근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의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로 알루미늄과 임업 등 지역의 핵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미 무역정책이 이번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고베이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뒤 알루미늄과 임업 분야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보호하고 캐나다의 농업 공급관리제(supply management)를 지키는 데 강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자유당은 퀘벡뿐 아니라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도 승리했다.

토론토의 비치스-이스트요크(Beaches—East York)에서는 자유당의 탄비르 샤나와즈(Tanveer Shahnawaz) 후보가 당선됐다.

샤나와즈 당선인은 이 지역의 전 자유당 하원의원 네이트 어스킨-스미스(Nate Erskine-Smith)의 지역구 사무실을 관리했던 인물이다.

어스킨-스미스 전 의원이 연방정치를 떠나면서 이번 보궐선거가 실시됐으며 자유당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이 지역을 다시 지켜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노스밴쿠버-캐필라노(North Vancouver—Capilano)에서도 자유당의 브레이든 케일리(Braeden Caley) 후보가 승리했다.

케일리는 오랫동안 자유당에서 활동한 정치 참모로 카니 총리의 부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선거구의 전임 의원은 자유당 내각 장관을 지낸 조너선 윌킨슨(Jonathan Wilkinson)으로, 그가 캐나다의 유럽연합(EU) 대사로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임해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카니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상당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캐나다와 미국은 지난달 21일 자동차와 관세, 캐나다의 독자적인 무역정책, 프랑스어와 문화 보호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미국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이 한층 격화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 측이 제시한 조건이 캐나다의 산업과 경제적 이익, 독자적인 무역정책과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른바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보궐선거 직후 카니 총리는 세 곳에서의 승리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국내 경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과 교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퀘벡에서의 승리는 카니 정부에 의미가 크다.

시쿠티미-르피오르는 미국 관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알루미늄과 임업, 낙농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기존 보수당 지역구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자유당이 50%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카니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평가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피에르 폴리에브(Pierre Poilievre) 대표가 이끄는 보수당에는 부담스러운 결과가 됐다.

특히 보수당이 장기간 보유했던 시쿠티미-르피오르에서 12.6%의 득표율로 3위에 그친 것은 향후 퀘벡에서 보수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브-프랑수아 블랑셰(Yves-François Blanchet) 퀘벡블록 대표는 보궐선거 결과가 나온 뒤 퀘벡에서는 자유당과 퀘벡블록이 주요 경쟁 세력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며 보수당을 압박했다.

이번 결과는 연방 하원의 의석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유당은 온타리오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기존 두 지역구를 지킨 데 이어 보수당이 보유했던 퀘벡 지역구 하나를 추가하면서 하원에서의 다수정부 기반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인 총선이 아닌 세 지역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인 만큼 결과를 캐나다 전체 민심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캐나다 정치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상황에서 세 지역 모두 자유당이 승리하고, 특히 미국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퀘벡 지역에서 보수당 의석을 탈환했다는 점은 카니 정부에 정치적 호재로 평가된다.

오는 8일부터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보복관세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대미 무역정책과 국내 산업 및 일자리 보호 문제는 당분간 연방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