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산 주류와 일부 유제품, 오토바이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무역 압박을 확대했지만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즉각적인 추가 보복조치보다는 국내 경제 강화와 수출시장 다변화에 집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카니 총리는 10일 앨버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국의 최근 무역조치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앞서 취한 다른 조치들과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relatively modest)”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8일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가 발효되자 캐나다산 주류 대부분과 일부 유제품, 대형 오토바이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수입금지는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규모 장기 연방정부 조달계약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도 지시했다.
그러나 카니 총리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맞서 캐나다가 곧바로 새로운 보복관세를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다.
그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는 미국의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조치가 나올 때마다 대응하는 방식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경제를 강화하고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며 캐나다 국민을 위한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캐나다 경제의 높은 미국시장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기존 전략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니 총리는 다만 보복관세라는 수단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철강 등 특정 산업에서는 보복관세가 캐나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전문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하는 상호 호혜적인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안보와 국제문제에서는 양국 간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문제 등 국제 현안을 놓고 몇 차례 직접 대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정상 간 접촉이 중단된 양국 무역협상의 공식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주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카니 총리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포드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현재의 무역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합의를 하더라도 다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자체는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드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 캐나다와 무역합의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갈등은 지난달 양국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미국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지난 8일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50%의 보복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같은 날 캐나다산 주류와 일부 유제품,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금지와 정부조달 제한 등 추가 대응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는 오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실제 캐나다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이달 말부터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카니 정부가 즉각적인 추가 보복보다는 국내 경제 강화와 무역 다변화를 강조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이 당장 새로운 보복조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 모두 기존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어 양국이 다시 공식 무역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가 향후 갈등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