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다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누이 덮힌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닫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송그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봄이 오기 전에 꼭 시샘부리듯 젖은 눈보라가 한 두차례씩 지나간다. 함부로 꽃이 피어나지 않듯이 시인이 조탁한 시어들이 명징하다. 우여곡절 끝에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온 정지용 시인의 시라서 그런지 더욱 마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