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물소리

 

천마산 물소리

 

오태환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리 상수리나무 물푸레나무 푸른 그늘 사이사이 저렇게 달빛이 환해서 그대 물소리의 내장內臟까지 찬란히 비쳐 보이는 밤이면 그대 물소리의 붉고 고운 실핏줄 조심조심 헤치며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리 들어가서 그대 물소리의 서늘한 냄새에 취하며 놀리

내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 살리 달빛 저렇게 밝아서 휘파람새 티끌같이 긁힌 울음 하나에도 내 가슴가죽 미어지도록 두근거리거든 그대의 물소리 안으로 들어가 살리 철벅철벅 그대의 물소리 밟으며 들어가서 내 살아있음의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아린 살 벗듯이 한 겹씩 한 겹씩 모두 벗어버리고 다시는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

드디어 내 몸의 살가죽이며 가슴뼈며 아름답게 썩어지리 썩어져 그대의 물소리 되리 그리하여 무릎까지 흰 달빛에 빠지며 한 누리 그대 물소리의 즐거운 무덤 이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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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최익현’ 이란 시로 알려져 있지만, 1984년 신춘문예에 모든 일간지 후보가 된 오태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그의 작품을 제외시켰다는 후문이 있다.

그가 미당이나 박재삼을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그의 시에는 입에 감기는 단어들로 터를 잡고 그 속에 내포된 감성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그대와 그대 안의 물소리… 그것이 즐거운 무덤을 가리키는 것은 우리에게 슬픔이다. 휘파람새의 긁힌 울음이라 하지 않은가. 살아있음의 쓰라림을 위하여 이 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