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르

안차애

당신의 안과 나의 바깥은 얇은 접점도 없이 몇 생의 어스름을 끌고 간다

나의 웃음은 아직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했다

당신의 고요는 아직 함량에 이르지 못했다

당신의 목록 속에 없는 나를 찾아서 그림자의 그림자까지 그늘진다

포개진 길들이 거품처럼 끓어오를 때  오후 두시는 산화酸化를 시작한다

오늘이 오늘의 감정을 덮어쓰듯

지금이 지금의 얼굴을 휘감듯

나는 다만 당신의 표정을 펄럭인다

내 안에서 물갈퀴 돋는 소리를 바람만 듣는다

내 입이 아가미처럼 뻐금거리는 것을 오후 두시의 햇살이 따라 한다

나의 바깥은 당신이지만 당신의 안은 내가 아니다

아직 내 발자국은 당신의 발꿈치를 물지 못했고

당신의 눈빛은 내 귓바퀴에 이르지 못했다

한 겹 행간 속으로 스며들지 못해서

당신의 문장은 아직 본문 바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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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문화권이란 말이 주는 멀고 생소한 느낌과 달리 막상 터키 등지에서 보는 찬란한 유적지는 한없이 아름답고,  히잡이나 차도로를 입은 사람들도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일 뿐이어서 때로 아름답고, 때로 생소하다.  안차애 시인은 이 차도르를 시의 소재로 끌어내어 내면과 외피를 나누고 나와 타인의 간극을 천 한꺼풀 사이에 두고있다.  시를 쓰는 일도  문장이 본문 바깥에 있다고 표현한다. 그 느낌은 바람이 차도르를 펄럭여보는 것 같이 목마르다. 안차애 시인은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치명적 그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