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새하얀 종이 같은 어린 넋들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찾고 있는지,
죽음이라 적어도 죽음에 닿지 못하고
슬픔이라 적어도 슬픔에 미치지 못합니다.
울던 새들은 간 곳 없고
지던 꽃들은 흔적이 없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진혼의 노래들은
그 끝이 울음에 닿아 있지만
땅을 쳐도 굳은 땅이 흔들리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도 무심한 하늘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어깨 들썩임에 우리가 따라 흔들리고
그대들의 주검 앞에서 우리가 무너져 내리니
어린 넋들이여, 이 땅에 남겨진
못난 사람들의 눈물만 받고 가소서.
아, 봄의 한가운데에서 져버린 그대들이여,
어리석은 눈물 바다를 저으며
하얀 종이배 되어 가벼이 떠가소서
—————————————————–
세월호가 가져온 충격은 한 나라가 사람의 생명을 얼마나 소홀히 다루는지에 대한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시가 한 술 밥이 되지도 못하고 구명조끼도 되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이 갇힌 배의 유리창을 깨주는 특수장비라서 3일을 찾아 헤맨 ‘손도끼’도 되지 못한다.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시 한편 조심스럽게 디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