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에게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우리.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번이고 감고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베는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남북 정상회담이 8 중에 열린다는 뉴스가 여기 저기서 폭죽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던 ‘황홀한 모순의 아침’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오랜 기다림에 대한 너무나 느려터진 행복한 소식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장소가 되는 광주의 민중가수 김원중이 노래로 불렀다는 통일의 간절함이 담겨있는 시한 편을 올려본다. 핍박 받는 민중과 5월의 광주를 노래한 시인의 마음은 어떻게 전이되는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