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보러 지심도에 갔다가
동백 잎사귀만 들고 나왔다
그 푸름이 탐이 나서 골방 문에 붙여 놓으니
잎자루가 몸통이 되고 잎맥이 가지가 되어
온전히 동백 한 그루가 되었다
동백은 좀체 시들 줄 모르고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는 날에는
숱한 그물맥 사이사이 동박새 울음소리
바람소리 바닷소리가 섞여 들렸다
내 몸의 한 귀퉁이도 섬에 남아
울음을 내놓고 있을지 모른다
섬에 동백꽃이 피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쪽빛만큼이나 진한 혐의는
어떤 것도 꿈꾸지 않고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골방에서 멀리 지심도까지
점점 몸피를 불리는 동백나무
그 그늘에 헛꿈마저 서늘해지느니
꿈꾸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틈 사이로 쪽빛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시인은 자신을 두고 왔나보다. 잎사귀만인 동백을 두고보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인의 회한이 깊다. 이동훈 시인은 2009년 월간 ‘우리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