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캐나다한국영화제 Korean Film Festival Canada 특집: 배창호 감독 특별 인터뷰

1. 감독님의 작품중 여성의 시선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인 감독 시절 여성을 잘 그려야 좋은 감독이 된다는 말을 듣고 여성을 잘 표현하려고 했지만, 총각의 눈으로는 부족하였고 결혼해서부터 여성을 균형있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18 작품 중에서 여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두 작품을 추천한다면 <깊고 푸른 밤>과 <정> 이라는 작품입니다.

2. 추천 이유와 배경?
1980년대 한국 영화는 여성의 욕망을 억압하는 내용이 많았어요. 그러나 1985년 개봉된 <깊고 푸른 밤>은 미국 영주권자인 제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녀는 미국 영주권을 얻으려는 불법 체류자들과 위장 결혼해줌으로써 자신의 물질적 욕망을 이루고 있는데 백호빈이라는 인물과 위장 결혼하면서 그 남자에 대한 집착이 생깁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두 남녀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결국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데 당시 과감한 소재와 강렬한 영상으로 국내외에 관심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다른 한 작품은 2000년도에 개봉한 <정>, 영어로는 <my heart>라는 작품인데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못한 작품이지만 지금은 유튜브에서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정>은 우리나라 1920년부터 1960대를 배경으로 순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겪어야 했던 힘든 삶을 여성의 강인함과 사랑으로 이겨내는 내용입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한국 영화에는 여성 인물이 남성에게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정>에서는 순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혹독한 시집살이에 감내하기만 하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 곁을 스스로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는데 그 힘의 원동력은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 여성들의 삶의 대한 강한 의지와 사랑이라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3. 올해 저희 영화제가 초대한 <고래사냥>에 대해 작품을 만들던 당시의 영화의 배경과 사회, 문화적 배경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래사냥>은 1984년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당시의 5공화국 독재 정권에서는 시나리오 심의와 완성된 영화 검열이라는 표현의 통제가 있었습니다. 데뷔작 <꼬방동네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해외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는데 그래서 <고래사냥>은 아웃사이더들의 꿈과 사랑을 찾기 위해 탈출하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하여 당시 사회, 문화적으로 억압적인 공기를 마시고 있던 관객들에게 속시원한 청량감을 주었습니다. 당시 영화제작 환경은 열악했지요 기자제도 빈약하고, 제작비도 적었고, 독립영화가 없던 시절이라 국가에서 허가 받은 영화사들 만이 대중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가 제한적이었지만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투자자의 간섭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어요. 특히 80년대 부터 임권택, 이두용, 이장호 감독님, 그리고 제 작품들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4. <고래사냥> 촬영 당시, 여배우에 대한 감독님이 가지셨던 기대감 같은 에피소를 듣고 싶습니다:
<고래사냥>의 여 주인공은 인신매매단에 의해 윤락촌에 오게 되어 실어증에 걸린 순진무구한 인물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여성이 말을 되찾게 될 때까지 대사가 없습니다. 어려운 역할이죠. 대사가 많은 남성 배우들 틈에서 존재감을 잃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말이 없어도 그 인물을 살릴 수 있는 클로즈 업과 내면 연기가 중요했는데 당시 영화 연기에서는 경험이 별로 없었던 이미숙씨가 현장에서 힘들어했지만 나중에 극장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영화 연기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스타에 크게 의존하는 스타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여배우의 캐스팅은 제작자에게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흥행성과 관련된 문제였으니까요. 물론 저는 인기도를 떠나 작품에 맞는 캐스팅을 하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감독을 신뢰하는 제작자를 만나야 했지요. 당시 여배우를 대하는 저의 태도는 돌이켜보면 미흡한 면이 있었어요. 좀 섬세하게 연기 디렉팅을 하지 못했던 같습니다. 더 대화를 나누고, 더 좋은 연기가 나올 때까지 더 기다려 주었어야 했는데 좀 성급했던 것 같아요. <고래사냥>의 여배우뿐 아니라 다른 작품의 여배우들도 나를 신뢰해주어 서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5. <고래사냥> 촬영 당시 그 시기에 활동했던 여성 스탭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80년대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때 여성 스텝은 감독을 지망하는 연출부에 주로 있었고 제 작품에서도 스크립터는 늘 여성이 담당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여성 감독이 있었고 여성 제작자, 여성 편집 기사도 있었습니다. 여성 감독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영화사 기획 일에는 여성이 많았고 후일 그 여성들이 제작자가 되었지요. 90년대 들어서 촬영, 조명등에서도 여성 스탭들의 참여가 늘어났고 남성, 여성의 의식 없이 자신의 맡은 일을 해나갔습니다. 80년대 중반에 스크린이라는 영화 잡지가 창간되어 큰 역할을 했는데 한 사람 빼고 모두 여성 기자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평론가, 저널리스트로 맹활약하였습니다. 대학에서도 여성 영화인 동아리가 있었고 여성 감독이나 교수들이 배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6. <고래사냥>을 오늘의 시점에서 또한 여성의 시선에서 만날게 될, 관객들에게 감상포인트를 추천해 주시겠어요?
내 작품을 여성 관객 여러분이 보실 때 그 시대의 입장에서 보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꼬방동네사람들>에 부인의 머리채를 잡는다거나 손찌검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시절에 있었던 생활상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것이지 가정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 시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시절에는 시회적으로 납득될 수 있었던 것들이 이 시대의 시각으로, 여성의 시선으로는 의아한 장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영화의 각 표현 요소를 골고루 표현하여 주제를 담는 것이 저의 창작 태도입니다. 여성, 남성이라는 구분의 시각보다는 한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작품이 더 객관적으로 보이겠지만, 여성의 시선으로 작품에 더욱 공감할 때도 있고 편향성을 지적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남성 감독이 별 생각없이 여성을 표현한 것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으니까요.

7. 마지막으로, 배감독님께서 세계의 모든 관객들에게 전하실 메세지는?
천성으로 부여 받은 여성성(femininity)이 있고 전통, 가정, 사회, 교육 등에서 인위적으로 부여된 여성성이 있습니다. 후자의 여성성이 여성을 매이게 하고 억압시켜왔습니다. 저는 인위적으로 부여된 여성상에서 자유로워진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번 캐나다 한국 영화제의 주제인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다>를 통해 제 작품들에서 여성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모자랐던 부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