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를 생각하며

 

절구를 생각하며

이상묵

들어갈 없을까

절구 속으로

나는 다시 결코 들어갈 없을까

절구에 가득 보리를 넣고

어머니는 공이를 내리치면서

보고 보리를 저으라고 하셨다

빨라지는 공이질

넘쳐오르는 소용돌이

자꾸만 보리알들 흩어지면서

나는 끝내 밖으로 새고 말았다

, 그게 몇십 일이던가

어머니가 노기 띠며 나무라시던 것이

낯선 땅에 떨어진 벌써 까마득

보리톨 하나가 그리도 아까웠었는데

그러나 이제서야 알겠어요

어머니

공이에 얻어맞아 알갱이 되고

보리끼리 부대끼며 껍질 벗는다는 것을

그리고

잔돌과 섞였으니

나는 이제 돌아갈 없다는 것도

————————————————————————————————————          이민을 와서 자리를 잡는 동안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과연 내가 꿈꾸던 삶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분명한 답을 얻을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에서는 가장 한국적인절구 소재로  이국 땅에 정착한 상황을 어머니에게 걱정을 듣는 것으로 풀어냈다. 다시 돌아갈 없는 것이  혼날 일은 분명히 아니지만 고향으로부터의 이탈은 어머니를 떠올리 때마다 목에 걸리나 보다. 이상묵 시인은 현재 토론토에 살고 있으며 토론토 한국일보석천石泉 코너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혼쾌히 한카타임즈에 시를 싣는 것을 허락해준 시인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