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 고등어

 

자반 고등어

이성목

오래 소장하고 싶다면

이 책은 표지만 읽어야 한다

첫 쪽을 쓰다가 고스란히 백지로 남겨둔

이 육신을 눈으로만 읽어야 한다

이면과 내지가 한 몸인 그를

몇 장 넘겨보기도 했지만

뒤집을 때마다 생살 타은 냄새가 나는

이 책은 너무 오래 읽어서는 안 된다

이 기록은 물로 쓰고 소금으로 새겨져서

팍팍하고 짤 뿐만 아니라 비릿한

등 푸른 언어와 유선형 문장은 쉽게 타버린다

쉽게 부서지고 쉽게 헤져서

가시와 살점이 지글지글 뿜어내는 푸른 바다와

바다의 내밀한 구전을 다 읽지 못하게 된다

슬쩍 넘기다 유연히 본

온 몸 빼곡히 쌓아둔 흰 종이들

그를 읽을 때는 그 백지마저 조심스레

젓가락으로 한장 한장 넘겨 보아야한다

육신을 제본했던 스테이플러 같은 가시가

목구멍에 컥 걸리기도 하는

난해한 이 책은

붉은 혓바닥으로 받들어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밥이 되지 않는다고 징징대던 시인이 누구였더라… 평생 읽어댄 잘난 책이 한 마리 고등어만도 못할 때가 있다고 주먹을 부르르 쥔다면 좌익으로 끌려갈까… 짭잘한 고등어 한 마리 구워 놓고 생소하다못해 어이 없게도 난해한 책 사이에 끼웠다 뺐다 들쑤시며 던져진 화두 삼아 읽고 또 읽어본다. 그런데 이 시는 왜 이리 매력이 있는 것일까? 이성목 시인은 경북 선산 출생,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발표한 시의 질만큼 이름이 알려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