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혼자라는 말

그래서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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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는 오랜 세월의 부침을 견디며 피어나는 서정시의 기품과 깊이가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예술이 새로운 것을 찾다가 스스로의 위치를 내동댕이치며 부서지는 것이 새로운 물결이 된 작금에도 낮은 자세로 언어를 다듬는 시인이 있어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마지막 문장에 독자는 그만 얹혀가고야 만다.

이기철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김수영 문학상 등을 받았고 시집으로 ‘흰 꽃 만지는 시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