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자들이 마음 편히 상담 받을 수 있는 곳 절실해
캐나다는 한국사람들이 이민 가고 싶어하는 나라 중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작년 한국의 대표 채용정보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70%가 ‘기회가 있다면 외국으로 이민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7명은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민 가고 싶은 이유로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떠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해외 선진복지제도를 누리고 싶어서’와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나라는 캐나다가 22.1%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훌륭한 복지⠂교육제도 등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민’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 중 하나다.
자신이 살아갈 터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말 어렵게 결정한 ‘이민’도 그 노력만큼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몬트리올 한인사회만 보더라도 이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돌아갔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무슨 어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결국 돌아가야만 했을까?
김영권 몬트리올 한인회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20년이상 한인 사회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생각은 ‘우리 한인들이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마음 편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현지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제공하는 혜택만 알았어도 돌아가지 않고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힘을 냈을 것이다”
최근 개최한 이민 박람회(Salon de l’immigration 2018)도 바로 퀘벡 정부가 이민자를 위해 제공하는 여러가지 혜택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린 이민박람회는 교육, 취업, 지원정책 안내 등 이민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프로그램들로 가득했다.
특히나 이번 박람회는 전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이민자들을 위한 각종 컨퍼런스와 주제발표가 풍성하게 진행돼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정부기관과 기업체들은 행사장을 10여개 구역(Zones)으로 나눠 구역마다 설치한 180여개 부스를 통해 개별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는 부스를 방문해 ‘맞춤형 상담’을 받았다.
이번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구역(Zone)은 ‘채용⠂구직존(Emploi et recrutement Zone)’과 ‘지역별 지원기관 소개존(Opportunités en region Zone)’, ‘교육기관 안내존(Études et formation Zone)’이었다.
문화, 여가, 금융기관을 소개하는 부스도 인기가 많아 상담 받는 이민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채용〮구직존(Emploi et recrutement Zone)은 가장 기본적인 이력서에 대한 코칭과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몬트리올에 진출해 있는 26여개의 현지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현장인터뷰가 1:1로 진행되기도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들의 홍보팜플렛도 구직중인 이민자들에게 제공됐다. 지역별 지원기관 소개존(Opportunités en region Zone)에서는 광역몬트리올 인근에 분포한 이민자 지원기관에 대한 소개와 각종 지원정책 등이 안내됐다.
현장에서 나눠 준 책자에는 지역별로 지원기관 목록과 여러 지원단체(문화센터, 언어교육기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이민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교육기관 안내존(Études et formation Zone)에서는 몬트리올에 분포해있는 직업학교와 언어교육기관, 초등 및 중등교육기관, 대학교에서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입학 요강과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안내했다. 이 곳은 특히 자녀가 있는 이민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인사업에 관심 있는 이민자를 위한 창업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채용지원 안내존(Accueil et aide à l’emploi Zone)에서는 창업을 위한 교육(Startup & 소상공인)과 창업지원정책(투자〮융자) 및 창업자금대출에 대한 상담이 이뤄졌다.
몬트리올 한인회는 김종민 경제부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 3명을 파견해 이민박람회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파악했고, 그 분석결과를 한인회가 현재 구상중인 새 이민자 정착지원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한인창업스쿨(ECLE) 제 1기생을 교육 중이기도 한 김종민 이사는 “같은 이민자로서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박람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정보 부족 등으로 한인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한인회가 이 박람회에 직접 참여해 보다 많은 한인들이 필요한 정보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민 오면 ‘여유로운 삶’은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이민을 와 본 사람이라면 이 ‘여유로운 삶’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외로움도 함께 동반되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만큼 한인들이 서로 교류하며 이민생활을 즐기고 고민도 함께 해결하면 되지만 현실은 말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인이 현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관계문화에 대한 인식부터가 달라 다소 형식적이거나 계약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타 이민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는 이유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단결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하고 그 에너지가 다시 내부로 흡수돼 커뮤니티를 더욱 견고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혹자는 ‘모이면 서로 밥그릇 챙기느라 싸우기 바쁘다’고 한다. ‘분열과 비난’은 ‘커뮤니티’를 이룰때 자연히 따라오는 현상일 뿐이다. ‘외로움’이 ‘여유’의 반대급부인 것과 같은 이치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 내부에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할 때 부정적인 반응들은 잦아들 것이다.
‘한인 단체’들이 ‘이민 박람회’에 참여해 한인들을 연결해 주는 것도 긍정적인 에너지 형성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노년과 장년세대들의 희생과 노고로 일궈진 한인사회에 청년들의 젊은 에너지가 더해진다면, 우리 ‘몬트리올 한인 동포사회’는 이민사회의 모범이 되는 ‘따뜻하고 활기찬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몬트리올 한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