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유리창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 없이 불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은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자식을 잃고 쓴 시라고 미리 알고 보면 한 줄 한 줄이 억장을 짊어지고 있다. 죽은 자식의 모습이 유리창에 어리는 것처럼 입김을 불어 지우면서 시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그 눈물이 별이된다. 아마 정지용의 어린 자식은 폐렴을 앓다가 죽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새처럼 날아가버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친구가 보내준 ‘정지용 시전집’ 을 읽다가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