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그릇에 관한 명상
이상옥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몸이냐
현미경으로 비추면 실 금으로 가득할 너여
매일 새 금이 죽죽 그어지고 있는 너여
펄벅이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운위할 때
사람들은 더러 그것을 성숙이라고 하더라만
뭐라고 하든 아직 지탱하고 있는 것이 고마워라
불안한 몸으로 오늘 하루를 건너고 있는 것이 고마워라
언젠가 깨어져 쏟아질 몸이여
그 몸으로
생각하고
시를 쓰고
아이의 아비이고
늙은 어머니의 아들이다
아직, 흩어질 수 없어 단단히 죄는 불안한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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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시인이 몸 담고 있는 사회는 유리 그릇을 밟고 가는 것처럼 불안한 삶이 받치고 있나보다. 한 집안의 가장이 지고 가는 세상은 또 어떤 무게로 그를 누르고 있을까. 그 무너짐의 불안으로인해 뒤척이는 한 사람을 감싸주고 싶은 시다.
이상옥 시인은 57년 고성에서 태어나 89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마산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하면서 시집으로 <하얀 감꽃이 피던 날>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와시론집 <변방의 시학> <역류하는 시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