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란
조각조각 부서진 소리로 말해
그래도 다 못하면
부서진 기억으로도, 부서진 부재로라도 말해
어깨로 보며, 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아껴두었던 마지막 눈물로,
내장으로도, 사랑스러운 상처로도 보는 하늘,
그 寂寞한 평안이 어쩌면 그렇게 넓은지
믿음직한, 기댈만한 고통과 함께
깊은 하늘 구석구석 쏘다녀볼까
그러면 어쩌다 듣게 될까 몰라, 하늘 저 건너편
날 만나고 싶어 흔들리다가 곤두박질치며
오오, 가려운 언어의 기억으로 날 부르는,
네 울음소리…… 깊어, 깊어, 네가 우는 소리
말하다 다 못하면
네 열망으로라도 말해
열망으로도 못하면, 네 잠의 盲目으로라도 말해
말하라…… 쓰러지라…… 다시 말하라…… 다시 쓰러지라
다시 깊이 말하라…… 다시 깊이 쓰러지라
젊은 시절을 독재의 횡포에 의해 살아도 산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시인 김정란.
요즘 벌어지고 있는 박정권의 천박함을 낱낱이 들여다보면서 박정희와 박근혜를 한꺼번에 치울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 온 국민이 독재와 언론이 휘두르는 대로 끌려 다니고 복종하는 시대는 이제 너무 낡고 식상하다. 이제 좀 끝내자. 국민은 좀비가 아니다.
잠이 찾아오거든 떠날 것, 떠나서 헤맬 것
고통당하며 헤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