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6일 아침 7시 15분 버지니아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된 광란의 살인
한 생명이 한 아이가 한 소년이 한 청년이
미치광이가 되도록 방치한 나와
당신과 우리와 그들과 또 하루만큼 한달 만큼
한 살 만큼 병들어간 그에게
총을 쥐어준 미국이라는 나라
주님, 이 모두가 우리의 죄였음을
깨닫게 하여주소서 뉘우치게 하소서
어미가 미치고 아비가 미치고 세상이 미쳤기에
미쳐가는 아이들
주여, 살인마가 되어 스스로 제 목숨을 겨눈
스물 세 살
그 슬프고 고독했을 삶도 우리가 모두 함께
위로하게 하소서
우리가 잠시 누군가를 미워해도
지옥이 되는 마음, 그 마음을
미쳐 돌아 보아주지 못한 우리 용서하소서
우리가 목숨 걸고 키우는 내 새끼가
그와 다르다는 자만과 방심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우리가 오늘 하루
내 새끼에게 지은 죄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하소서 사람의 새끼는
밥과 젖만이 아니라 영혼으로 키우는 것
이 슬픔을 우리 앞에 놓으신 당신의 뜻을
우리가 우리가 헤아리게 하소서
세상은 온통 그가 누구였는지 그의 부모가
그의 조국이 어디였는지 분분하니
카인과 아벨을 한 탯줄에서 만드신 주여,
오늘 당신의 슬픔은 더욱 깊고 깊나이다
꽃 같은 아이들 그들의 생명을 제물로 바치니
이제는 우리가 모두 이 미쳐가는 시간 속에서
멈추어 뉘우치게 하소서
이 세상 총이란 총 이세상 무기란 무기
이 세상 모든 폭력이란 폭력 다 내려 놓고
우향우 좌향좌 과거 속으로 과거 속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이 숨가쁜 속도와 경쟁과
최고만을 강요하는 미친 세상
미친 어미와 아비인 우리들의 죄 값을
이제 우리 받는 것임을
뉘우치게 하소서 그의 탓만이 아님을
깨닫게 하소서 그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 거두고 사람이 키웠어야 할
사람의 새끼였음을 우리 기억하게 하소서
그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들 모아
촛불 하나씩 밝혀 들고 길 떠나게 하소서
어둠 속 어디 지금 또 한 사람의
‘Seung-hui Cho’ 울고있는지 돌아보게 하소서
홀로인 외톨이 그 외롭고 병든 고통스러운 영혼
어디 또 없는지 세상 구석 구석 살펴보게 하소서
오 오 주여, 이 슬픔 이 고통 그냥
잊혀지게 마소서
잊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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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토론토 카나다 문인협회 회원인 강미영 시인은 한국에서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내게는 시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에 불을 품고 사는 그에게 경외심 반 두려움 반으로 받는 소식만큼 답을 못한다는 빚이 있다. 이번에 받은 그의 시는 아이를 키우는 모두에게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호소력이 있다.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내 아이는 내가 보는 그것 뿐일까… 부모가 된다는 것, 혹시 그것만큼의 죄만 더하는 건 아닌지… 한카타임즈에 이 시를 소개하고 싶다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준 시인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