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뉴스

-Huma Bhabha의 하갈-

한 여자가쫓겨났다

헤브론에서부터 사천년 동안

별들이 모래 바람에 코울타르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막의 경계에 눈을 비비며

시파 언덕에서 마르완까지

일흔번에서 일천번에서 일만번…너머

창세기의 문장을 끌고 다녔다

사람 하나가 발견되었다

검은 차도르 아래 신이 내려준 꼬리를 달고

두 팔을 앞으로 길게 뻗은 채

메카로 향한 자세로 배를 깔고

죽어 있었다

일주일에 두번 오는 쓰레기차가

없는 듯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휴마 브하바 Huma Bhabha가 검은 비닐로 수의를 지어입히자

장례가 시작되었다

비용은 옥션으로 치룬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숨어서 바스락대던 자궁을 저당 잡고

묘비명을 대신해서 쪽지가 붙었다

가라사대,

*Untitled, 2005

Nerman 박물관에서

아브라함의 첩년이 무기를 거래하다 살해되었다

성명- 하갈

소지품- 검은색 비닐봉지

주소- 팔레스타인

복부에 파편이 신문의 활자처럼 박히고

난처해진 작품들의 흰벽 사이를 꼬리치며 빠져나가는 사람들 뒤에서

기상 케스터가 웃는 얼굴로

샤갈의 마을에는 눈이 내리고

하갈의 마을에는 폭죽이 내린다고

오늘의 뉴스를 읊고 있었다

* Untitled, 2005: 파키스탄 출신의 조각가Huma Bhabha 의 작품명, Newman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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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Huma Bhabha 의 ‘Untitled, 2005’는 검은 비닐로 만든 설치미술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물 한자루 받고 좇겨난 ‘하갈’과 이슬라엘에 픽박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겹치고, 현대미술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과연 그 작품의 진정한 가치에만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심이 들면서 이 시를 쓰게 되었다. 아직도 하갈은 목이 말라 광야에서 울부짖는지… 참 부조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