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정호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 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밤을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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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안고가야하는 운명이라고 직접 말하는 대신 시인은 시를 썼다. 사랑은 온 몸으로 하는 것이고 상처 가득 채우며 가는 것이라고 은밀하게 알려준다. 사랑으로 인해서 나를 버리고 그 버린 스스로을 삼키며 맞는 사랑은 선택이 아니고 의무라고. 정호승시인은 대한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