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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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미당의 시를 뒤집어 들여다본다. 아무리 어쩌니 말이 많아도 미당의 시 앞에서 그 간극을 감히 재단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건듯 건듯 스치면서 아무렇지 않은듯 치고 지나가는시어와 시어의 아름다움이 오랫만에 먼 곳까지 출렁 마음이 가 닿게 만든다. 무엇일까 이 그리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