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오랫만에 미당의 시를 뒤집어 들여다본다. 아무리 어쩌니 말이 많아도 미당의 시 앞에서 그 간극을 감히 재단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건듯 건듯 스치면서 아무렇지 않은듯 치고 지나가는시어와 시어의 아름다움이 오랫만에 먼 곳까지 출렁 마음이 가 닿게 만든다. 무엇일까 이 그리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