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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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가 살던 나라는 한 부모 가정에 대한 복지가 아주 취약한 곳이었구나. 아이가 어른의 보살핌 없이 혼자 있는데 직장맘인 엄마는 왜 이리도 더디 오시는가. 혹시 큰 광주리를 이고 버스를 타려다가 안태워주려는 버스운전사의 행패로 인해 여러번 버스를 놓쳐서 늦는 건 아니었는지. 기형도가 살던 시절의 그 나라는 그랬다. 그래서인지 너무도 일찍 요절한 간절한 시인의 시 한편 또한 이리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