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워서 그릴 수가 없어요

 

박애린

작년보다 작아진 엄마가 저만치서 걸어와요

이마트 비닐봉지 속 둥그런 김치통도 쩔뚝이며 매달려와요

기울어진 옆구리는 작년보다 비대칭이에요

휘어진 어깨가 접질린 듯 뒤뚱거려

사각의 구도에서 자꾸만 벗어나요

원근법을 모르는 엄마는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작아져요

작아지다 작아지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찌그러지며 푸르륵 손을 흔들어요

배 밑부터 축축하고 쓰린 것이 차올라요

가슴께 매달렸다가 코끝으로 치닫는 매운 향기,

엄마는 내 도화지 밖으로 고개를 빼고

작은 젖무덤 같은 눈두덩이로 나를 부르고 있어요.

 

난 땅을 보다가

다시 옆을 봐요

김치 냄새가 너무 매워서

눈물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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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인문학의 저변에 지대한 소재를 제공해준 모성의 다른 이름 ‘엄마’. 탯줄을 자르는 순간 같은 몸이 분리되어 세상과 나의 관계를 처음으로 알게 해 주는 대상이다. 프로이드는 존재를 지탱해주는 힘은 성욕이고 이것은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욕구라고 했다. 그런 근원적 대상인 엄마가 주는 의식과 시인의 무의식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애증이 미술을 전공한 시인의 도화지 밖으로 고개를 빼고 시인을 부른다고 한다. 보이고 싶지 않은 흉터 같은 엄마다. 바라건데 시인의 도화지는 할 수 없이 엄마를 가둘만큼 커져야겠다.  박애린시인은 2014년 ‘경희해외동포문학상’을 받았고 몬트리올에 거주하며 연극팀의 일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