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희
애초부터 걷어낼 생각은 없었다
외줄 타던 손과 발
바싹 마른 몸은 허공에 매달려 있고
방적돌기 뽑아내던 구멍은 막힌 지 오래다
한때는 처자식 거느린 가장이었고
밤 낯으로 식구들 끼니 걱정하며
한평생 목수로 평범하게 살다 간
어느 아버지임에 틀림없는데
홑눈과 촉지는 먼저 돌아갔는지
손끝으로 눌러도 쉽게 해체되는
굽은 등딱지가 검불처럼 버석거린다
자세히 보니
머리가슴에 움켜쥐고 있는 좁쌀 같은 알 한 줌
마지막 유산의 몫으로 남겨두고
주린 배를 달래며 목울대 원망했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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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죽은 거미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린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가없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어서 그랬을까 작은 곤충의 죽음도 예사롭지가 않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생명을 품고 지키다 가는 것이 이렇게 버거운 시가 되는구나.
정봉희 시인은 현재 토론토 문협 회원이고 1978년 전남 매일 신보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