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박종명
마지막이란 말
무심코 툭 던지면
탈탈탈 무성자음이
낯선 것들과 부딪는 소리
무겁다
막다른 골목에서
발자국 몇 개
집어내려는데
종일 쏟아진 흙비
내가 버린 무성자음을
다 쓸고 어디론가
흐른다
이제껏 살면서 못다 푼
한 마디가 무엇일까.
자음과 모음을 자꾸
엮어 보지만
속에서 차오르는
무성음만 헛헛하여
서걱인다
누가 국어선생님 아니랄까봐 자음과 모음에 생명을 심어놓았네. 시인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온힘을 다 소진한 때가 있었지. 어찌다 산다는 것을 말로 다 풀 수 있을까. 시보다더 아름다운 사람, 가까이하면 그 인품에 향기가 배어나오는 사람, 2010년 심상지로 등단한 박종명 시인이 앞으로 우리에게 더욱 값진 시들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