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자
보내주신 E-메일
잘 받아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글자가 깨어져
읽을순 없었지만 나는
생애 이보다 더 멋진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나의 시가 한층
간결해 질 것 같은 예감입니다
글자가 글자를 탈출하고
시가 시에게 주술을 건
본래의 모습으로 마모된
제 3의 언어
클릭하는 순간 나는 이미
내가 아닙니다
암호없이는 그 어떤 곳도
들어갈수 없는 세상이므로
더 이상의 해독은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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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져서 볼 수 없는 글자가 더 이상 의미가 아닌 상징성만으로 소통을 깨버리고 관계의 끈을 놔버리게 하는 것이 시인의 업보가 된 21세기에 시인은 시를 단어에서 해방시키고자 한다. 깨버려라 문장을, 깨버려라 의미를…….. 그리하여 간 곳을 볼 수없는 새가 되어 한 점으로 사라져버러라, 시여, 고통이여! 그러니 신음소리를 입밖으로 내지 마라, 그건 독자의 몫이다. 김은자 시인은 ‘시문학’으로 등단해서 재외동포 문학상, 윤동주해외동포 문학상, 미주동포 문학상 등을 받았고 시집으로 ‘붉은 작업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