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 14일’의 미국 리메이크작, ‘섬웨어 비트윈’이 첫 방송 날짜를 확정 지었다.
‘섬웨어 비트윈’이 방송될 미국 ABC 측은 현지시각 13일 하반기 라인업을 발표하며 ‘섬웨어 비트윈’이 7월 24일 첫 방송 된다고 알렸다.
‘신의 선물 – 14일’은 시간여행을 떠나 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2014년 방영된 ‘신의 선물 – 14일’은 독특한 이야기 전개로 미드형 한국 장르 드라마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리메이크 작인 ‘섬웨어 비트윈’은 듀안 클락(Duane Clark)이 감독을 맡고 조셉 브로이도(Joseph Broido)와 이반 피칸(Ivan Fecan)이 연출을 담당하며 ‘캡틴 아메리카’ ‘썸머랜드’ 등 다수의 흥행 드라마와 영화를 집필한 스테판 톨킨(Stephen Tolkin)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여자 주인공으로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및 ‘데자뷰’에 출연했던 폴라 패튼(Paula Patton)이 캐스팅됐다. 지난 3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 4대 지상파로 불리는 ABC서 국내 드라마가 리메이크돼 방송되기는 처음이며, 반대로 ‘굿와이프’ ‘안투라지’ 등 미국 지상파에서 방송된 미국 지상파 드라마가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 리메이크된 적은 있었다.
그만큼 국내외 드라마의 지상파간 수출입은 쉽지 않고 국내 제작사서도 지상파 편성 따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미국 지상파서는 드라마가 한 번에 편성되기보단 파일럿으로 1회 방영 후, 반응이 좋으면 정규물로 제작된다. 그러나 파일럿 1회 편성 조차 국내 작품이 통과된 사례가 전무하다. 최근KBS 2TV ‘굿 닥터’가 정규가 아닌 파일럿 편성을 받았다. 이 드라마도 정규물이 될 가능성은 아직 먼 훗날 이야기다.
이 모든 걸 성공 해낸 작가 최란은 <역사스페셜>, <인간극장> 등 15년 넘게 많은 다큐멘터리·시사 프로그램을 집필한 방송작가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자들이 화장실도 못 가게 만드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최란 작가와의 인터뷰
– <신의 선물-14일>은 이야기 퍼즐이 굉장히 복합한 작품이었다. 16회를 촘촘히 끌고 나가기 위해 고민이 많았겠다. – 처음부터 엔딩을 정해 놓고 판을 짰다. <신의 선물-14일>은 끝까지 범인을 숨기고 가는 드라마였다. 매회 반전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회에서야 범인이 드러나는 드라마이다. 한국 공중파에서는 이런 구조의 드라마가 낯설다 보니 편성이 어려웠고, 제작 과정에서 실수도 많았다. 복선으로 넣어 놓은 소품을 빠뜨린다거나, 막판에는 급한 촬영 상황 때문에 중요한 신들이 아예 빠지기도 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 무삭제 오리지널 대본집을 출간한 이유도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다.
– 불과 3년 전이지만 당시에는 장르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생소했다. 영화에서나 보고 장르물 채널인 OCN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신의 선물’은 한국형 장르물의 문을 활짝 열었다. – 편성이 쉽진 않았죠. 아무래도 멜로나 사극이 아니니 처음부터 제 작품을 염두한 편성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SBS 인터내셔널 측에도 감사하고 값진 결과물이죠.
– 미국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계약했다고 들었다. – 미국 선더보드 사와 세계적인 에이전시인 CAA에서 공동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다. 새 작품 준비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 쪽 작가와 통화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작품이 잘되면 미국에 가서 시즌2 대본을 직접 쓰게 될지도 모르지(웃음).
– 시즌2에 대한 논의도 나오나? –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일단 방송이 되고 난 후 반응을 봐야한다. 다만 시즌2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정도는 염두해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왜 ‘신의 선물’을 택했는지 물어봤나. – 물어보지 않았다. 현지인들 얘기로는 미국에서 선호하는 장르라고 했다.
– 미국은 장르물이 넘쳐나는데? – 그렇게 넘쳐나도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가족애에 대한 코드는 같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형제애를 다루며, ’24시’는 가족애를 다룬다. 신의 선물에 대해서는 엄마가 딸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다는 줄거리를 신선하게 본 것 같다.
– 리메이크된 과정이 궁금하다. – 다른 드라마는 미국에 진출하려면 마켓에 내놓는데 우린 아니었다. ‘신의 선물’을 보고 현지 제작사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 이후 ABC 전 사장이 우연히 ‘신의 선물’을 보곤 듣기 좋으라고 그랬는지 ‘원작 그대로를 내보내지 왜 리메이크를 하냐’고 했다더라.
– 파일럿 없이 정규 편성을 받은 건 대단하다. – 현지서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그만큼 원작에 대한 신뢰도를 믿는다’고 말하더라.
– 리메이크 작이 원작과 많이 달라지나? –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스토리 전체를 리메이크해 여러 설정도 그대로 가져간다.
– 원작자인데 미국서 자문을 많이 구하나? – 작은 거 하나까지 물어본다. 정말 구체적인 거 하나까지 물어보고 동의를 구한 뒤 일을 처리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통화로 설명한다. 글을 쓰는 스티븐 톨킨이 이미 훌륭하다. 원작자라고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아서 각색을 잘 하겠거니 믿고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대본이 잘 나왔다고 하더라.
– 국내 방영 당시에도 화제작이었다. – 더 완벽하게 보여줬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실 16회 방송인데 못 나간 한 회가 더 있었다. 그 부분을 미국에서는 반영하는 조건으로 리메이크 동의를 했다. 아마 국내 팬들도 보면 놀랄 장면이다.
– 미국도 드라마에 열광하는데 현지 반응은 어떤지? – 처음에 ABC서 발표할 때는 ‘신의 선물’이라고 콕 찍어 얘기하지 않았다. 워낙 광적인 마니아들이 많아 ‘신의 선물’을 미리 보고 스포일러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였다고 한다. 현지서도 기대감을 많이 가져 부담스럽다.
– 원작의 배우 이보영의 역할이 정해졌나? – 여럿 후보가 누구인지도 알려줬고 그중 폴라 패튼이 됐다. 안 그래도 ‘프레셔스’라는 영화를 보며 눈길이 갔던 배우인데 잘 소화해 줄 것이라 믿는다.
– 국내와 미국의 드라마 시스템이 많이 다른가? – 미국은 여유가 있다. 국내서는 이제 막 사전제작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지만 그 마저도 급하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연초에 한 해 방영될 드라마 리스트를 발표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대로 간다더라.
– 현지도 가보아야 하는 거 아닌가? – 미국도 제작발표회를 하는데 제작발표회 현장에 초대 받았다. 그 전에 시간이 되면 촬영장도 한 번 가보려고 한다.
– 작가님은 해피 엔딩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 행복한 결말을 쓰면 작가가 칭찬받는 걸 안다. 하지만 시청률이나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려 내가 원래 세팅해 둔 이야기를 억지로 바꾸고 싶진 않다. 그리고 나는 현실론자여서, 모든 게 너무 잘 풀리고 행복하면 거부감이 든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시사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오래 일하면서 세상의 어두운 면을 다 봤다. 그런 게 아무래도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듯싶다.
–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나? – 1순위는 재미있는 드라마. 그 다음은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하는 드라마. 두 가지를 다 가져가고 싶다. 세련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 속에 한국적인 정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리즌 브레이크>나 <24시> 같은 미드의 경우도 폭주하는 힘과 함께 끈끈한 가족애가 있어서 한국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아닐까.
– 한국 드라마에 바라는 변화라면? – 장르가 다양해지면 좋겠다. 공중파는 자꾸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신인 작가들은 대본이 훌륭해도 편성을 못 받고, 어떤 작품은 배우나 작가 이름만으로 편성을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질 좋은 드라마를 볼 권리가 있다. 극장에 가서 돈을 내고 보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어떻게 보면 일방적으로 살포되는 것이지 않나. 방송사들이 그 점을 좀 더 인지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장 드라마’ 문제도 그렇다. 미친 인물이 미친 짓을 하는 걸 계속 보다 보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게 바로 드라마 힘이기도 하고. 최소한 대중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는 쓰지 말자는 게, 작가로서 내 신념이다.
–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 특수구조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세이버>와 저승사자가 주인공인 <블랙>을 준비 중이다. <블랙>은 인간의 몸을 빌린 저승사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인간의 생사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천계의 룰을 어기고 세상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천계 법칙과 그로 인한 형벌로 기억에서 사라지는 설정 등을 다른 작품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바람에 엔딩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 다른 작품에서 그대로 가져다 쓰는,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지나? – 한국은 표절에 너무 관대하다. 창작자가 만든 설정과 에피소드를 함부로 베껴도 우리나라 법은 그것을 아이디어 차용으로 보지, 표절로 인정하지 않는다. 부디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