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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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타고 있는 수백 명의 생명들이 몇 날 며칠을 두고 하나씩 시체가 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희망에서 안타까움으로 안타까움이 분노로 분노가 절망으로 절망이 세상에 대한 조롱으로 바뀌고 있을 즈음 만나게 된 안도현의 시 한편이다. 어둡고 찬 바다 속에서 공포에 질려 죽어간 아이들을 이 꽃게 엄마처럼 감싸 안아 주었다면 덜 무섭지 않았을까, 불 끄고 자는 것처럼 편안하게 가지 않았을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