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다는 나르시스-수선화의 외로움을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으로 치완하는 시인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쓴다. 인간성에 대한 성찰은 늘 하는것이고 그 역할을 시가 맡아서 해야 한다고 믿는 시인은 서정의 세계가 인간의 본질에 남아있다고 한다. 팝아트의 물결에 찢어발겨지고 사소해진 시들의 어지러움 속에 아직도 온기를 전하는 시들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