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
귀갓길에 현상수배 벽보를 보았다
얼마나 많은 곳에 그의 자유를 알려야 하는지
붉은 글씨로 잘못 든 生의 내력이 적혀 있다
어쩌다 저리 유명해진 삶을
지켜 봐달라는 것일까
어떤 부릅뜬 눈은
생경한 이곳의 나를 노려보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이름 석자로 수배 중이다
납부 마감일로 독촉되는 고지서로
열 자리 숫자로 배포된 전화번호로
포위망을 좁혀오는지도 모른다
칸 속의 얼굴은 하나 둘 붉은 동그라미로
검거되어 가는데, 나를 수배한 것들은
어디서 잠복 중일까
무덤으로 연행되는 남은 날들,
그 어딘가
잡히지 않는 희망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나는 매일 은신처로 귀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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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쫓기는 신세처럼 느껴지는 시인은 수배전단의 현상범이 자신이라고 여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독자 역시 별반 다른 처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니 어쩌랴.
언제부터, 누가 우리에게 매달 고지서를 보내는 걸까.
그 고지서들이 나를 쫓아서 세상의 어디까지 또 쫓아올 것인가… 나는 과연 자유인일까?
윤성택 시인은 2001년 ‘수배전단’ 이란 시로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