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성
섬 하나가 만딱 감옥이었주마씸
건너가지 못 허는 바당은 푸르당 버청
보는 사람 가슴까지 시퍼렁허게 만들었쑤게
희영헌 갈매기들 의영허게 날곡
눈치 보멍 모말이영 강이영 톨이영 메역이영
해당 먹엉 살았쑤게 총 든
가마귀들은 불타는 중산간
마을서 시커멍허게 날곡
밤이믄 산폭도들 쳐들어오카 부덴
숨도 제대로 못 쉬었주마씸
하늘님아 하늘님아 하늘님까지
누렁허게 무서웠주마씸 경해도
경정 살아난 볼레낭 아래서
꿩 새기 봉그곡
불탄 자리엔 고사리들 왕상허게 크곡
구렝이들 허물 벗는
석석헌 비름에 눈이 시령 4월
바름 어디선가
자꾸 불어왕
연둣빛으로 꺼꾸러지곡 연둣빛으로
무싱거마씸
자유가 어디 있었쑤강
죽음이었주마씸
섬 하나가 만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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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태를 그린 대표적 소설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본 사람이라면 꼭 제주에서 살지 않았더라도 토벌대가 저지른 제주 양민 학살이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진 ‘지슬’ 또한 같은 문제를 담았다고 한다. 어떤 이념의 죄가 사람의 생명보다 중했길래 제주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긴 걸까. 문충성 시인은 제주 출생으로 1977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