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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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이학영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2월28일 Filibuster 를 하면서 시작한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란 시다.  그는 극작가로 시작하여 유산계급의 탐욕을 그린 ‘서푼짜리 소설’로 흥행을 거두고 1933년 나치 극우정당에 대항하여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으로 미국으로 망명하였지만 미국 메카시즘의 광풍으로 동독으로 이주했다.하지만 동독 공산당의 관료주의가 이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시인의 마음에 들었을 리 없다. 풍자시를 쓰고 정부를 비판하다 1956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이 시를 몇 번 반복해서 들여다 보면서 생각한다. 브레히트 시인은 꿈 속에서 가위에 눌려 산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살아남았지만, 고문으로 자유를 외치다 죽어간 친구와 동료의 처절함이 평생 그에게 부채를 안겨준 것은 아니었을까… 국회의사당에서 이 시를 읽어준 이학영 의원께 감사 드린다. 이학영 의원은 1984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