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산
외로워서 축구를 하고 외로워서 기차를 타지
외로워서 순록의 발자국을 찾아 미술관에 가고
외로워서 목화밭 너머 봄날의 묘비명을 적었네
어딘가 외로운 짐승이 외로운 짐승 옆에 앉아
오래된 기침을 하고 있을 때
함께 흔들 흔들거리는
느낌표와 물음표가 거꾸로 된 문장들
한 방울의 피가 필요해
잠의 변경을 서성이던 한 마리 짐승이
숫잠에서 깨어나
흥건해진 눈으로 바라다보는 눈
붉은 꽃잎 다 젖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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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피 흘리는 세상을 보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그냥 바라만 보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니 눈물에 붉은 꽃잎이 다 젖는단다. 그렇게 울며 바라보는 세상이다. 시인의 본명은 송영미, 2006년 ‘시안’ 신인상에 당선되고 ‘센티멘달 노동자동맹’ 동인이다. 시집으로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