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가

 

노승문

당신의 우발적인 꽃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만 꺾여 짓밟히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당신의 구두 바닥에 남는 초록 진물이고 싶습니다. 당신 뼛속의 관절염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야만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서정이고 싶습니다. 야만스런 서정시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목마름, 당신의 아우슈비츠, 끝내는 당신의 환멸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실패한 혁명, 위험한 도박이고 싶습니다. 첫 번째 애무이자 마지막 금기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팔려간 노예이고 싶습니다. 무작정 당신의 무엇이고 싶습니다. 죽어도 당신이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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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7일 토론토에서는 ‘시 6’ 의 시인들이 모여서 ‘고드름 속에 박힌 물소리’ 라는 3번째 시집을 내었다. 그 중에서 난해한 시, 이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시들은 넘기고 한번도 몬트리올에 소개한 적이 없는 노승문 시인의 시 중에서 그나마 쉬운 시를 골라보았다. 이 시에서 시인의 당신이란 오랜 세월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시詩와의 교감이 분명하다. 어쩌면 애증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