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 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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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자면 오래 전에 머리에 수건을 쓰고 뙤약볕에서 밭을 매던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바가 그렇고 연꽃의 상징이 또한 그렇다.  나희덕 시에서는 아픔을 끌어안고 가는 따뜻함이 있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