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의 도둑

뺨의 도둑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역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비추며 고요히 고요히 파문을 기다렸다.

         

시인 장석남, 1965년 인천 덕적에서 태어나 1978년 ‘경향신문’ 신문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세떼들에게로의 망명’, ‘젖은 눈’ 등이 있다.

          이 시에서 풀어져 흩어지는 만만치 않는 상상력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마치 ‘살바돌 달리’가 이 시를 봤다면 인체를 해체해서 영혼을 끄집어내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을까… 온 몸을 다 던져서 사랑한다면 이 시에서 보여주는 경지 언저리쯤 닿을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