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김영제

 

밤새도록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마침내 드러누울 곳을 찾지 못한

젖은 바람의 뒤척임이었을까

평생을 남루로만 떠돌던 허깨비

잉걸불로 타오르고 싶은 한 줌 낙엽이었을까

텅 빈 나뭇가지 끝에 반쯤 걸려 있다 천천히 하강하는

나머지 시간을 줍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하늘을 까맣게 비우지 않았기 때문인가

깊은 도관導管을 타고 올라 뇌수를 가득 채우고

가지 끝에서 한 마리 나비로 날아오르는

자유의 푸른 수액

나는 나를 내려놓고야

나에게서 날아간다

창 밖 새별을 열면

이슬에 조는

조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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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는다. 그런데 그가 맞는 새벽은 해탈의 경지로 시인을 끌어올린다. 시인은 기어이 나비가 되어 자유를 얻는다. 그것은 모든 시인의 꿈이 아닐까. 이 시를 자세히 읽다 보면, 그의 불면은 하룻밤의 일이 아니라 평생을 부여잡고 있던 화두였음을 알겠다. 김영제 시인은 토론토 문인협회 회원이며 ‘시 6’ 의 동인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을 소개해도 된다고 허락해준 시인께 감사 드린다.